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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치료 시행 일주일, 여전히 ‘허점투성이’
금연치료 시행 일주일, 여전히 ‘허점투성이’
  • 남재선
  • 승인 2015.03.05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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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후 남은 것은 수기 처방전 뿐··· 의료기관 처방전 발급 시스템부터 해결해야

올해 연초 '금연 열풍' 시작과 함께 지난달 25일 병·의원에서 금연치료가 시행됐다. 이에 치과계에서는 새로운 먹거리 창출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하지만 기대도 잠시 시행 첫 날부터 병·의원은 물론 약국에서도 골치를 앓고 있다는 원성이 자자한 가운데 일주일이 지난 지금은 안정화됐을 거라는 믿음으로 기자는 중구 소재 S치과를 찾았다.

대기실에서 약 15분을 기다린 후, 상담 전 작성해달라는 문진표를 건네받았다.

그런데 이상했다. 복사하는 소리가 들려 쳐다봤더니 공단에서 배포한 금연치료 매뉴얼이었다.

“시행한지 일주일이 넘었는데 아직까지 준비가 안 되어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진표 내용은 환자의 인적사항과 신체, 복부둘레, 몸무게 등 신체사항, 그리고 금연치료에 필요한 평소 환자의 습관을 묻는 질문들이었다. 특히 아침에 담배를 피우는 습관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들이 많았다.

▲ 공단에서 제공하는 금연진료·상담 안내서를 통해 문진표에 아침 기상 시 흡연 습관과 관련된 질문들이 왜 많은지에 대해 찾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의사와 대면 상담 시에는 문진표 문항과 관련해서는 전혀 설명이 없었다.
▲ 공단에서 제시한 최초상담 예시다. 하지만 흡연상태는 문진표를 통해서만 확인했으며, 치료기간과 방법에 대한 설명만 진행됐다.

문진표를 작성한 뒤 우선 등록을 하겠다는 직원의 말에 몇 분을 기다린 후, 상담을 시작했다.

의사는 금연보조제로 패치와 의약품 중 어떤 것이 더 좋은지부터 시작해 12주 동안 치료를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이 때 의사에게 물었다. “병원과 약국에서 환자가 얼마를 부담해야 하나요?”

의사는 금연치료 매뉴얼을 뒤적이면서 얼버무리며 설명하더니 “여기에는 정확한 내용이 없네요”라는 말로 끝났다.

마지막으로 처방전 발급. 클릭 몇 번이면 끝날 처방전 발급을 일일이 수기로 작성해야 했다.

왜 수기로 작성하는지에 대한 환자의 물음에 의사는 “공단과 프로그램 업체에서 협의를 통해 연결이 돼야 하는데 그게 안 되서 아직 수기로 작성해야 해요. 아직 처방전을 프린트할 수 있는 기능이 없는거죠”라며 멋쩍은지 웃으며 대답했다.

치과 내원부터 처방전을 받고 나서기까지는 총 50분이 소요됐다. 손에 들려 있는 처방전을 받은 게 전부인 것 같은데 시간은 꽤 많이 흘렀다.

치과 밖으로 나선 후, 약국을 찾고 있는 도중 전화가 걸려왔다.

“못 드린 서류가 있어서 다시 오셔야 할 것 같아요”

다시 가보니 처방전을 잘못 발급해준 것. 의사의 설명에 따르면 의약품과 금연보조제(패치 등)의 처방전이 다르다고 한다.

▲ 처음에 금연치료 의약품 처방전으로 잘못 발급받아 다시 내원해 금연보조제(패치 등) 상담확인서를 받았다.

결국 1시간이 흐른 채 금연치료제를 구비한 약국은 찾지 못하고 4,500원의 금연치료 상담은 이렇게 끝이 났다.

건보공단에서는 올해 하반기부터 금연치료 보험 급여를 시행한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 이 상태로 흡연자들이 성공적으로 금연하는데 도움이 될지 의문이 든다. 게다가 직접 참여해 본 사람으로서 하반기 보험 급여가 된다고 해도 진정 흡연자들을 위한 실효성 있는 정책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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