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젊은층 뇌전증 돌연사, 특단 대책 시급하다”
“젊은층 뇌전증 돌연사, 특단 대책 시급하다”
  • 남재선 기자
  • 승인 2022.01.26 17: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경과학회 홍승봉 이사장, 정부에 100억원 추경 촉구… “1만명 생명 지킬 수 있어”

20~30대 젊은 환자들 중 돌연사 위험이 가장 높은 질환이 뇌전증이다. 약물 난치성 뇌전증 환자의 돌연사 위험은 일반인의 50배가 넘는다. 한국의 뇌전증 환자 약 36만명 중 돌연사의 고위험군은 약 5000~1만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뇌전증 돌연사는 대부분 혼자 있을 때 전신경련발작(대발작)이 발생할 때 일어난다. 옆에 사람이 있으면 응급조치(옆으로 눕혀서 호흡을 잘 하게 돕고, 주변에 물건을 치우고, 머리 아래의 옷이나 방석 등 부드러운 것을 받친다. 안경을 벗기고 넥타이 등을 푼다. 맥박이 없으면 심폐소생술을 한다)를 하거나 119에 전화해 살릴 수가 있다.

같은 아파트에서 부모는 거실에 있는데 뇌전증 아들, 딸이 자기 방에서 돌연사로 사망하는 경우도 드물게 있다. 뇌전증 부모들과 형제자매는 한시도 마음을 놓지 못하여 대부분 외상후스트레스 증후군(PTSD)을 겪는다. 뇌전증 환자와 가족을 합치면 약 200만명이 뇌전증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뇌전증 돌연사(SUDEP)에 대한 연구비로 미국, 영국 등은 매년 수십에서 수백억원을 지원하지만, 한국은 연구비 지원이 한 푼도 없다.

뇌전증 돌연사를 막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다.

발작알람장치(사진 제공 : 대한신경과학회)
발작알람장치(사진 제공 : 대한신경과학회)

첫 번째는 발작감시장치(seizure alarm device)이다. 뇌전증 환자가 이것을 손목에 차고 있으면 대발작을 할 때 가족이나 보호자에게 자동으로 알람이 스마트폰으로 전달된다. 그럼 바로 119에 연락을 하고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

발작감시장치의 값은 약 30만원이고, 1년 이용료가 약 20만원이다. 1년에 약 20-30억이면 돌연사 고위험군인 약 1만명의 젊은 뇌전증 환자들의 생명을 지킬 수 있다.

두 번째 방법은 뇌전증 수술과 신경자극술이다. 뇌전증 수술로 대발작이 완전히 조절되면 돌연사의 위험이 90% 이상 준다. 신경자극술인 미주신경자극기는 뇌전증 돌연사 위험을 1/3로 줄이는 시술로 뇌전증 환자들 중 돌연사 초고위험군 약 1000명에게 필요한 시술이다. 이들은 1년 안에 돌연사를 당할 확률이 50% 이상이다.

1년에 200명씩 약 40억원이면 5년 동안 1000명에게 시술이 가능하다. 심장마비의 위험률이 10%가 넘으면 제세동기 삽입이 건강보험 적용이 되는 것과 같은 이유로 미주신경자극기를 뇌전증 돌연사 초고위험군에 사용할 수 있도록 건강보험이 확대돼야 한다.

 

(왼쪽부터) 가슴아래 삽입되는 미주신경자극기, 자극강도를 조절하는 리모콘, 미주신경자극을 조절하는 노트북 (사진 제공 : 대한신경과학회)
(왼쪽부터) 가슴아래 삽입되는 미주신경자극기, 자극강도를 조절하는 리모콘, 미주신경자극을 조절하는 노트북 (사진 제공 : 대한신경과학회)

 

세 번째로 뇌전증 도우미견은 뇌전증 환자가 경련발작을 할 때 짖어서 주변에 알리거나 환자 몸 아래 들어가서 환자가 다치지 않게 보호하고, 경보를 울리는 것 등 다양한 작업을 수행하도록 훈련되어 있다.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에서 뇌전증 도우미견을 활용하고 있다.

뇌전증 돌연사 위험군 5000~1만명과 초고위험군 500~1000명의 생명을 지키는데 1년에 약 70~80억원이 필요하다.

노인 치매관리 예산은 치매안심센터 운영에 약 2000억원, R&D 치매연구에 1700억원 모두 3700억원이 올해 예산으로 책정돼 있는데, 젊은 뇌전증 환자들의 돌연사에는 1원도 예산이 책정돼 있지 않다.

대한신경과학회 이사장인 홍승봉 교수는 젊고 천사 같았던 환자 이윤희 씨의 돌연사를 막지 못한 책임을 크게 통감한다면서 정부는 뇌전증 돌연사 예방에 100억원을 추경으로 지원해야 한다. 1년에 100억원이면 1만명의 젊은 생명을 지킬 수 있다. 젊은 뇌전증 환자들의 돌연사를 더 이상 방관해선 안 된다고 호소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