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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사람과 치의학
[특별기고] 사람과 치의학
  • 이승호
  • 승인 2016.06.14 16: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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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봉식 대한안면통증·구강내과학회 회장

<서봉식 대한안면통증·구강내과학회 회장>

최근 열렸던 치과의사 보톡스 시술에 관한 대법원 공개변론은 일반인들과 의료계에 부족했던 치과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기회로도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이번 사건을 통해 국민 건강을 위한 의료계 역할을 놓고 진일보한 공론이 펼쳐지길 기대하며, 치과진료에 대한 인식의 문제, 치과의사와 전신질환에 관한 몇 가지 단상을 적어본다.

예를 들어, 치아 발거 치료의 경우를 보자. 여기서 치과 고유 진료영역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간단히 도구를 이용해 뽑는 행위만 치과 영역인가? 환자를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진료하기 위해 문진, 임상검사, 혈액검사, 영상검사, 심리검사, 상담, 자문과 의뢰 등을 시행하는 것은 비치과적 영역인가?

치아를 발거하기 전 진통 경감 및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 국소마취를 포함한 다양한 방법들은 치과 진료영역이 아닌가? 치료 도중 발생하는 응급적 상황에 대한 대응 능력과 발치 후 합병증 예방을 위한 상담 및 약물 사용은 또 어떠한가?

치과의사는 구강 및 안면의 건강을 유지하고 질환을 예방하며 진료하는 의료인이다. 발생학적으로 구강은 하나의 발생기원이 아니라 내배엽, 중배엽, 외배엽 등 서로 다른 기원들이 복잡하고 다양한 과정을 거치면서 형성된다.

발생이후에는 치아뿐만이 아니라 두경부와 안면의 신경과 근육, 침샘, 소화관 등 주변 기관들의 조화로운 기능으로 구강 건강이 유지된다.

그래서 구강 문제는 구강 자체에만 국한되지 않고, 발생 기원이 같은 조직을 침범하는 전신질환의 여러 소견 중 하나로서도 나타날 수 있으며, 전신조직에 영향을 미치는 전신질환의 국소 소견의 하나로서 구강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환자에게 치과진료실이란 스트레스가 급속히 가해져서 생리적 변화가 초래되는 공간이다. 더군다나 전신질환이 있다면 그로 인해 치과치료를 받는 도중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치과 진료실에서는 모든 환자에게 의사 진료 및 약물복용 여부, 입원 또는 수술 여부, 약물 복용 등 치료 부작용, 임신 여부 등과 함께 심장, 호흡기, 소화기, 신장, 혈액, 뇌혈관계, 근골격계 등 의과와 치과 병력을 조사하고, 치료계획에 따라 필요하면 관계 전문가에게 의뢰 혹은 그와 협진하면서 치과진료를 한다.

이처럼 치과진료는 단지 치아의 '문제'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있는 치아를 가진 사람에 대한 치료라는 포괄적 개념을 갖고 있다.

치의학 교육과정도 환자의 전신상태를 고려한 치과 진료방법을 포함하는데, 그 중 구강내과학에서는 전신질환과 구강안면질환의 관련성을 중심으로, 전신질환에서의 구강안면 증상 및 징후, 전신질환자에서 안전한 치과진료 방법 및 부작용 발생시 대처법을 구체적으로 배우고 있다.

특히 전신질환과 구강안면의 문제는 최근 노인 인구 층의 증가와 현대의학의 발전으로 복잡한 의과적 치료를 받는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어 더욱 중요하게 됐다.

기본적으로 치과와 의과는 서구의학의 전통을 기반으로 하는 인식 체계를 가지고 있다. 1800년대 중반 자연과학이 발달하면서 논리적 인식 체계 속에서 실험을 통한 검증 결과를 중심으로 현대의학이 발전했다.

많은 발전이 있었지만 현재 의료 및 의료체계가 가지고 있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번 공개변론에서 어느 대법관이 일갈했듯이, 제 전문가 집단이 환자를 중심으로 하는 인식에 공감해 상호 협조 발전할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대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한편 사상이나 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대비되는 개념이 함께 경쟁하기도 하고, 뒤섞여 합쳐지기도 하면서 성숙을 거듭해야 한다. 물론 이 때의 개념은 논리적으로 타당하고 실천적이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할 것이다.

이처럼 치의학도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전통적인 수술 및 비가역적 치료 방법이 중심인 외과적 개념과 포괄적이고 보존적 방법을 추구하는 내과적 개념이 상호 발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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